해외여행/2024 (아이슬란드)

대자연의 향연, 아이슬란드 (2/10)

여행하는 집돌이 2024. 10. 1. 05:27

아이슬란드(링로드 투어) (2024.09.15 ~ 2024.09.27)

일정 요약

  • 셀야란드포스
  • 글리우프라뷔
  • 스코가포스
  • 비크
  • 디르홀레이
  • 레이니스퍄라
  • Kirkjubær II 캠핑장

 
대충 이런 경로로 계획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

2일 차 (셀야란드포스, 글리우프라뷔, 스코가포스, 비크, 디르홀레이, 레이니스퍄라)

칸슬라린 호스텔의 조식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차려진 것은 조촐했다. 하지만 호텔에서 조식을 먹어도 늘 오믈렛, 빵, 주스 위주로 먹었던 것 같기 때문에 있을 것들은 모두 있었다. 물론 좋은 호텔에서는 요리사가 즉석에서 오믈렛이나 다른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 주는 등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후 일정에서도 비슷한 조식을 마주했지만 여기서 먹은 조식이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냥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햄과 치즈를 올려 먹은 것이 전부인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아이슬란드에는 필터 커피를 접하는 것이 아주 흔하다. 묵었던 모든 숙소에 필터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필터 커피 메뉴를 별도로 판매하고 보통 가장 저렴하다. 그리고 리필이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셀프 리필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 리필이다.

 
확실히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조식을 먹는 공간이 전날 저녁에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셀야란드포스였다. 주차를 하고 멀리서 폭포를 보며 다가갔다. 굴포스에 비해서는 포스가 강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폭포의 매력은 바로 폭포 뒤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듣는 폭포 소리와 수많은 물방울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었다.

 
폭포 뒤를 지나서 계속 길을 따라서 트레킹을 했다.

 
길을 가면서 이런 뷰를 보면서 정말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걸어간 이유는 글리우프라뷔 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 폭포는 숨겨져 있다.

 
이렇게 좁은 틈 사이를 지나가야 만날 수 있는데 물이 흐르고 있어서 대충 놓인 돌을 잘 밟으면서 가야 한다. 그마저도 비가 많이 오면 잠길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신발 방수 커버도 준비해 갔지만 사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차에 두고 왔었는데 다행히 충분히 건널만했다. 사실 여기를 지날 때 가장 필요할 것 같아서 방수가 되는 신발을 준비한 것인데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는 오락가락한 날씨를 생각하면 이곳을 가지 않더라도 방수가 되는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물을 튀기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위 사진의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바위가 있는데 엄청 큰 바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바위 위로 올라가서 인증샷을 찍었다. 하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해서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그냥 옆에서 찍고 말았다. 비도 조금 내리는 날씨였지만 비보다는 여기서 튀는 물방울이 훨씬 강력해서 홀딱 젖었다.

 
넓은 땅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와 건물도 그냥 느낌이 좋았다. 이런 느낌은 홋카이도에서 관광 상품화된 어느 지역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비에이의 켄과 메리의 나무나 마일드 세븐 언덕과 같은 곳 말이다. 뉴질랜드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홋카이도는 그것이 특별한 뷰이지만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에서는 흔한 뷰이다. 그래서 아마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풍경도 이렇게 다른 관심을 받는 것이 묘했다. 사람도 어느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지나쳤던 뷰가 너무 좋아서 앞에서 사진을 찍어 남겼다. 역시 그 좋았던 느낌이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차로 돌아와서 한국에서 챙겨 온 핫초코를 한 잔 하며 몸을 녹였다. 엄청 춥거나 그렇진 않았다. 다만 비에 홀딱 젖었고 당 보충하며 쉬는 겸해서 텀블러에 챙겨 온 따뜻한 물로 핫초코를 만들어 마셨다. 아이슬란드에서 한국 홈플러스에서 구매한 벨지안 핫초코라니. 3개국의 조화다.

 
다음은 또 폭포다. 스코가포스로 향했다. 역시나 초반에 굴포스를 봐서 추후에 만나는 폭포들은 그만큼 압도적인 느낌은 없었다. 이 폭포도 굉장히 웅장하고 높다. 어지간한 아파트 높이로 보였다. 최소 15층 이상은 아니었을까 싶다.

 
높이에 대해서 왜 생각하게 되었냐면 폭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정도면 아파트 15층 이상은 올라가는 높이랑 비슷하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난간이 있다가 없는 구간도 있고 아파트의 계단처럼 잘 정돈된 것이 아니라 더 긴장되어 힘들고 위험했다.

 
위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새로운 느낌을 주긴 했다. 더 안쪽으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기까지만 보기로 했다.

 
다음은 비크라는 마을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여행 준비를 하며 챙겨본 TV 프로그램에 나온 피자 가게(Black Crust Pizzeria)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사실상 피자를 먹으러 간 마을이다.

 
가게 안에 인테리어로 거대한 SUV 차량이 있었다. 겨울 운전이 힘든 곳이라 그런지 종종 거대한 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이 있었다. 위의 사진에 전시된 차의 바퀴도 일반 바퀴에 비하면 상당히 크지만 저것보다 훨씬 큰 바퀴를 달아서 차에 어떻게 타는지 의아할 정도로 높은 차도 있었다.

 
피자 가게에 마카롱도 팔고 있었는데 그냥 귀여워서 찍어봤다. 지금 보니 마카롱은 원래 비싸서 아이슬란드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것은 아닌 것 같다.

 
피자는 원래 먹으려고 했던 치즈가 가득한 피자를 주문했다. 번호로 되어 있어 주문하기 편하다. 5번 피자다. 사이드로 팔고 있는 브레드 스틱도 추가했는데 맛있었다. 피자도 맛있었다. 이 정도면 진짜 아이슬란드에서는 맛집이 맞다. 굉장히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고 친숙하지만 맛있는 피자다. 도우가 검은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아마 근처의 검은 모래 해변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다. 혹은 화산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 검은색을 내기 위해서 반죽에 숯을 섞는다. 그냥 서울에 와서 팔아도 잘될 피자 가게라고 생각한다.
 
다음 목적지는 디르홀레이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 파도가 거셌다.

 
코끼리 바위가 유명한데 이게 코끼리 바위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아닌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더 거대한 바위가 있었는데 저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일단 전부 코끼리를 닮았으니 됐다!
 
다음은 레이니스퍄라이다. 이곳은 검은 해변과 화려한 주상절리로 유명하다. 화산섬인 아이슬란드는 특성상 현무암이 많아서 이러한 검은 모래 해변이 탄생하게 되었다. 국내에도 흑사장은 있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해변 외에도 검은색의 평야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풍경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실상 입장료와 다를 바 없는 주차비가 있다. 링로드 투어를 돌다 보면 이렇게 입장료로 느껴지는 주차비를 내야 하는 곳이 간혹 있다. 대부분 Parka 앱으로 가능하다. EasyPark 앱도 언급되는데 우리의 여정에서는 딱 한 군데만 EasyPark 앱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이 날은 운이 좋게(?) 주차장 주변이 공사 중이라서 주차비가 무료였다. 이상한 것은 A클래스만 무료였다. A클래스는 위 안내판에 표기된 것처럼 5좌석 이하의 차량에 적용되는 등급이다.

 
위 사진 왼쪽 구석에 파도가 정말 잘 들어오는데 가끔 큰 파도가 들어오면 빨리 피하지 않으면 발이 빠진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그렇게 있다가 결국 발이 빠지는 모습을 보고 굳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현장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고 결국 신발이 다 젖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주차장 근처에 카페가 있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라떼를 주문해서 잠시 쉬었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그동안 여행한 나라 중에서 가장 카페를 만나기 힘들고 국산차를 보기 쉽다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조금 더 큰 땅에 38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카페는커녕 흔한 상점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비슷한 면적의 땅에 135배나 많은 인구가 사는 한국과 너무 대비되었다. 또한 링로드 투어 특성상 어떤 도시나 마을에 머무는 것이 아닌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시간도 많으니 카페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국산차를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이 보았다. 인구가 적으니 절대적인 차의 수 자체도 적을 텐데 비율이 아닌 절대적인 수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국산차를 보았다. 당장 우리가 렌트한 차도 국산차이니 뭐. 그리고 역시나 일본차도 많았고 다치아(Dacia)라는 처음 보는 브랜드도 있었다. 루마니아의 자동차 제조사라고 한다. 특히 더스터라는 SUV가 가장 많이 보였다. 차종만 따지면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아마 저렴한 가격으로 렌터카 업체에서 선호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지프의 레니게이드도 많았다. 처음엔 레니게이드를 렌트해 보고 싶었지만 굳이 렌트비에 더 돈을 쓸 이유도 장점도 없었다. 무엇보다 익숙한 국산차가 적응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다. 물론 기아차를 운전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기대한 것은 자체 내비게이션이었는데 내비게이션이 탑재되지 않아서 안드로이드 오토로 구글맵을 사용했다. 링로드 투어가 복잡한 길을 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슬란드의 도시는 작아서 구글맵으로도 충분히 쉽게 다닐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신 후 오늘의 숙소... 아니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인생 첫 캠핑을 해외에서 그것도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비 오는 날 하게 되었다. Kirkjubær II 캠핑장(2인 43,000원)의 Kirkju가 교회라는 뜻이고 bær가 도시라는 뜻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아이슬란드의 여름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캠핑장에 텐트를 친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캠핑카가 많았고 일반차는 아마 코티지를 예약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차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캠핑장에는 공용 주방, 화장실 그리고 유료 공용 샤워장이 있었다. 늦은 저녁시간에 공용 주방에 가봤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식사도 포기했다. 피곤하니 식사도 귀찮았다. 무엇보다 공용에 텐트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고 좁은 차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너무 컸다. 굉장한 피곤함에 이런 불편함이 더해지니 짜증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여행 시 숙소가 중요한 요소인 나에겐 이런 상황들이 심적으로도 불편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처음해 보는 캠핑의 낭만도 있었는데 왜 순간순간 그렇게 짜증이 올라오는 포인트가 있었는지... 그때도 반성했지만 지금 또 반성한다.

 
비 오는 날 텐트 안에서 아이패드로 게임하는 낭만... (이게 낭만 맞나?) 이때 정말 렌트할 때 받은 와이파이(휴대용 라우터)가 유용했다. 기기 자체에 배터리가 있기도 했지만 혹시나 싶어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서 사용했다.

 
여행 중에 iPadOS 18 버전이 배포되어서 텐트 안에서 업데이트했다. 이게 낭만 그거 아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