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2023.06.10 ~ 2023.06.11)
2일 차
호텔 조식을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러 나왔다. 마침 근처에 카야잼 토스트로 유명한 야쿤 토스트(Ya Kun Kaya Toast)가 있었다. 국내에도 진출했었는데 지금은 모두 폐업한 것 같다. 카야잼 토스트는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하여 더 기대가 되었다.
수란과 세트로 나오는 것은 이곳에서 기본적인 식문화인 것 같다. 바삭한 빵과 고소한 버터와 달달한 카야잼의 조합은 맛있었다. 특별하게 감동적인 맛까지는 아니었고 알고 있던, 기대한 카야잼 토스트였다.
둘째 날 일정은 센토사섬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는 듯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라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이 되었다. 일단 비보시티에 들러서 구경을 조금 하다가 더 덥기 전에 일단 센토사섬으로 가기로 했다.
비보시티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싱가포르의 에스컬레이터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빨리빨리의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좋아..일 수도 있지만 사고의 위험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나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에스컬레이터가 빠른 나라가 또 있긴 했었다.
비보시티는 작은 마트도 있고 식당도 있는 익숙한 쇼핑몰이었다. 잠깐 둘러보고 센토사섬에서 나오는 길에 다시 오기로 했다. 비보시티에서 센토사섬으로 가는 모노레일을 찾다가 안 보여서 그냥 그랩을 탔다.
섬 안은 이미 너무 더웠다. 그리고 진짜 너무 볼거리가 없었다. 비치를 즐길 목적이 아니면 굳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니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던가. 센토사섬에는 실로소 비치, 탄종 비치, 팔라완 비치가 있다. 그중에서 팔라완 비치만 보고 돌아왔다. 어차피 쭉 이어져 있는 해변가라서 비슷할 것 같았다. 수영을 하러 온 것도 아니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섬 내부에도 전시관 같은 곳과 카페 등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많이 보이는 커피빈도 있었다. 비치를 따라 걸어오는 길이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좀 쉬었다. 내부에는 테이블이 없어서 야외에서 마셨지만 그늘진 곳에서 바람을 맞으니 조금은 시원했다.
섬에서 나올 때는 모노레일을 탔다. 나올 때는 모노레일을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지만 조금만 태워서 간다. 들어오는 건 만차인데. 왜 그럴까? 나올 때 여러 역을 거쳐서 나오기 때문에 출발할 때 만차이면 다음 역에서 아무도 탑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비보시티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Go-Ang Chicken Rice Singapore라는 식당에 갔다. 치킨라이스로 유명하다.
치킨라이스는 맛있었다. 고기도 부럽고 맛있는 닭고기였다. 밥은 익숙한 듯한 맛인데 뭐랄까 간장계란밥의 그런 맛이었다. 국내에 진출해도 먹힐 맛이다. 그 외에도 계란 요리(Prawn Omelette)는 보이는 맛, 예상되는 바로 그 맛이었다. 그리고 동파육처럼 보이는 것(Tofu with Dark Sota Sauce)은 고기가 아니라 두부이다. 역시 익숙한 느낌의 맛이었고 맛있었다.
비보시티에서 좀 더 쉬고 싶어서 카페를 찾아다녔는데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도 야쿤 토스트가 있길래 그냥 거기서 토스트도 한 번 더 먹고 커피도 마셨다. 다만 자리가 너무 비좁아서 편히 쉬기엔 부적절했다.
발리로 떠나야 하는 날이라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찾고 좀 쉬다가 가려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서 포트 캐닝 공원을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역보다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면 포트 캐닝 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공원 가는 길에 곧 싱가포르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막 주변을 찍어보았다.
공원은 꽤 넓었다. 너무 더운 날씨 빼고는 참 좋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아무리 그늘에서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인데 야외에 왜 나와있을까? 집에 있는 게 더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쩌면 이 사람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주말에 할 일이 없고 물가는 비싸니 이런 공원 같은데 모인다고 한다.
포트 캐닝 공원에 주목적은 트리 터널을 보기 위해서였다. 정확히는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다. 줄이 엄청 긴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더워서 지쳐있었고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찍는 사람이 교대할 때 후다닥 풍경만 이렇게 찍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숙소로 가려고 지하철 입구로 갔다가 건너편에 쇼핑몰(The Atrium@Orchard)로 보이는 곳이 있어서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 들러 반값 할인을 하던 포카리 스웨트를 하나 구매했다. 이걸 왜 굳이 말하냐면 발리의 물가와 차이를 느끼게 한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발리는 반값 할인한 가격의 반보다 저렴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온라인에서 미국 3대 버거라고 불리는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강남 오픈 이야기로 핫하다. 그런데 The Atrium@Orchard를 구경하다가 식당 같은 게 있길래 이건 뭐지 하면서 잠시 들어갔다가 '아 버거 가게구나. 시원하네. 사람도 별로 없네. 앉아서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나 하다가 그냥 나왔는데 그게 바로 파이브 가이즈였다. ㅋㅋㅋ
와이프가 이거 곧 한국에 들어올 거라고 말해줬다던데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 당시의 나는 '한국에 들어올 거면 굳이 여기서 경험할 필요가 없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점에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버거가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지금 한국에선 오픈런해야 한다고 하니 조금 아쉽긴 하다.
휴대폰을 파는 곳이 있어서 잠시 들러서 구경했다. 여행할 때 종종 기회가 있으면 휴대폰 매장을 둘러본다. 국내에 팔지 않는 기종들도 많아서 신기하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찾고 발리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갔다.
공항에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바샤 커피 (Bacha Coffee) 매장이 크게 있었다. 매장도 너무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원래 커피를 사갈 계획이었는데 종류도 너무 많고 집에 사놓은 커피도 아직 남아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근데 매장에서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바샤 커피에서 블렌디드 한 밀라노 모닝을 주문해서 마셔보았다. 단순히 커피만 주는 게 아니라 받침대에 유리 빨대까지 뭔가 좀 있어 보이는 구성으로 주었다. 사진이 좀 구리게 나와서 그런데 실제로 보면 '오? 좋은데?' 이런 느낌이 든다. 설탕 막대(?)도 주는데 아이스를 시켜서 녹지를 않았다. 깨물어 먹으려면 매우 힘들 정도로 딱딱했다. 커피는 맛있었다.
발리까지는 2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시간도 넉넉했고 짧은 구간이라 에어 아시아를 탑승했다. 거의 밤 10시가 되었는데 기내식을 먹었다. 미리 주문한 메뉴였는데 나름 맛있었다.
다만 앞뒤로 인도인 승객이었는데 그 나라의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초반에 좀 시끄러웠고 우리의 예절과는 다른 개념을 가진 듯했다. 무엇보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액취가 너무 심해서 고통스러웠다. 그냥 길가에서 지나가는 것과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챙겨 올 것을 그랬다. 그 사람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괴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강렬한 향신료에 장시간 노출된 듯 얼얼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그와중에 기내식까지 먹었다.
아무튼 이렇게 짧고 굵게 싱가포르 여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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