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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환상의 섬, 발리 (1/6)

by 여행하는 집돌이 2023. 6. 30.

인도네시아 발리 (2023.06.12 ~ 2023.06.17)

휴양지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발리.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한 그 이름.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던 바로 그곳. 모두들 좋다고 하는 곳이라 기대를 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바다가 보라카이만큼 예쁜 것도 아니었고 도로 상황은 엉망이었다. 베트남 뺨치게 오토바이도 많았다. 도로 중앙선이 실선이 아니다. 아니 그럼 애초에 중앙선이라고 할 수가 있는 건가 싶다. 종종 역주행을 한다. 신호등도 없다. 도로를 건너는 것도, 교차로에서 운전하는 것도, 역주행도 모두 눈치껏 해야 한다. 도로도 좁고 오토바이도 많이 다니는데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넓은 것도 아니다. 도로 주변은 상가로 쭉 이어져있다. 상가가 없는 도로를 찾기 힘들 만큼 유독 도로 주변에 상권이 발달한 것 같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매력적인 이상한 곳이었다. 도대체 왜? 어떤 여정을 거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도 궁금하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알아봐야겠다.

1일 차

발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었다. 그래서 바로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 그랩 대신 klook에서 미리 픽업 서비스를 구매해 놨다. 다만 한국에서 바로 온 대한항공과 도착 시간이 거의 겹치는 바람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입국 심사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근데 픽업 기사분도 다른 일정을 하고 오시는 건지 30분 정도나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klook이 공항 내에 상주 직원과 대기 라운지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늦긴 했지만 기사분은 친절했다. 마냥 우리만 기다릴 수 없었을 거니 이해가 되면서도 우리 일정을 미리 알고 있을 텐데 30분이나 기다리게 하는 게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호텔로 향하다가 주유까지 하셨다. 아무튼 친절하셔서 괜찮았다.
 

 
일단 첫날은 꾸따와 스미냑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숙소는 The Bene Hotel Kuta에서 2박을 했다. 2박에 10만 원이 넘지 않았다. 물론 비싼 숙소들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발리는 싱가포르와 다르게 물가가 저렴해서 좋았다. 다만 관광지 물가 패치가 되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1인당 GNI를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아니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아마 어지간한 현지인은 발리 여행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저렴하지만 나름 이렇게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방 컨디션 등은 가격 대비 나쁘지 않지만 약간 낡은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격이 용서했을 뿐.
 

 
발리 길가를 다니다 보면 위의 사진처럼 바닥에 얼핏 보면 작은 꽃다발 같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짜낭 사리라고 하며 매일 집 앞이나 가게 앞에 힌두교도들이 제물로 놓아둔다. 인도네시아가 아닌 발리에서만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무슬림이지만 발리는 대부분 힌두교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길을 가다 보면 흔하게 이런 사원을 만날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 같은 곳이 아니다. 브런치를 먹으러 나오는 길에 골목길에서 찍은 사원이다.
 
오전이었지만 쨍쨍한 날씨 때문에 좀 더웠다. 그럼에도 열심히 걸어서 크럼 앤 코스터(Crumb & Coaster)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발리에서 처음 본 Bowl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요거트 기반에 푸짐한 토핑을 올려놓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 대표 볼은 '아사이 더 베네사리 볼'이다. 정말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비주얼을 자랑했다. 양도 많고 맛도 있었다.
 

 
그리고 식사로 나시고렝을 시켰다. 나시고렝은 한국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지만 또 현지에서 먹어줘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발리에서의 첫 끼를 나시고렝으로 시작해 보았다.
 

 
에그 베네딕트도 주문했는데 시금치 같은 것을 추가 토핑으로 해서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찾아본 사진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 그냥 추가 토핑 없이 주문했더니 계란에 치즈만 있어서 살짝 느끼하긴 했다. 볼이랑 밥도 양이 푸짐했는데 그럴 줄 모르고 주문했지만 다 먹었다. 먹는 건 쉽지.
 

 
식사를 하고 나온 김에 바다도 보기 위해서 꾸따 비치에 잠시 가봤다. 서퍼들이 발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런데 너무 덥긴 했다. 해변가 햇빛은 정말 따가웠다.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발등이 익어가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체온이 아닌 햇빛에 의한 열로.
 

 
뜨거운 해변을 떠나 주변에 있는 비치워크라는 쇼핑몰 구경을 하러 갔다. 더울 땐 시원한 곳으로 가야지. 새로운 쇼핑몰은 재미가 있으면서 또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곧 질리기도 한다. 그리 큰 곳이 아니라 한 바퀴 쓱 돌아보고 시원한 카페로 피신했다.
 

 
국내에 텐퍼센트 커피가 사용하는 % 로고의 원조라고 불리는 일본의 커피 브랜드인 %아라비카가 있었다. (텐퍼센트 커피에 이천 쌀스무디 정말 맛있는데...) %아라비카는 이미 국내에 진출하여 코엑스점도 있다.
 

 
교토 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보았다. 카페에서 좀 쉬다가 외부는 너무 더워서 일단 숙소로 피신하려고 했다. 11시~14시 사이가 가장 덥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에 돌아다녔으니...
 
저녁에 사테를 먹으려고 했는데 근처에 있는 가게에 맛있다는 리뷰가 있는 곳이 있어서 포장해서 숙소로 갈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더위를 뚫고 가게를 찾아갔다. 구글 지도를 보고 갔을 때 바로 못 찾아서 포기하려다가 이왕 찾아온 것이라 포기하지 않고 좀 더 찾아서 발견했다.

 
가게 이름은 Sate Babi Bli Nyoman이다. 해변가에서 운영되는 노점상이다. 10개에 25k 루피아(한화 2200원 정도)라서 20개를 살까 고민하다가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식사를 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저녁도 먹어야 해서 10개를 택했다. 편의점에 잠시 들렀다가 후다닥 숙소로 돌아왔다.
 

 
근데 이 사테, 맛있었다!  1개의 양이 다른 사테에 절반 정도라 그건 좀 아쉬웠다. 20개를 샀어도 괜찮았을 양이다. 가격 생각하면 정말 가성비 굿. 근데 이 더위에 노점상이라 위생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 탈 없었다.
 
숙소에서 1시간 30분 정도 쉬다가 시원해졌을 것 같은 시간에 다시 나왔다. 오후 4시쯤이었는데 대낮보다 훨씬 선선했다. 브런치로 먹은 볼을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대신 다른 가게로 갔다. 숙소 근처에도 볼을 파는 비치 보울 발리(Beach Bowl Bali Kuta)라는 가게가 있었다.
 

 
여기도 예쁘긴 하지만 비주얼은 솔직히 크럼 앤 코스터가 더 예뻤다. 만약 이 가게를 먼저 왔다면 이 비주얼에도 너무 탄성을 질렀을 텐데. 메뉴 이름을 잊어버렸다. 좌측이 내가 먹은 메뉴인데 흑임자 베이스의 요거트였던 것 같다. 고소한 게 내 입에는 잘 맞았다. 우측은 베리 기반이라 상큼한 맛이다. 개인적으로는 상큼한 맛보다는 고소한 맛을 선호한다.
 
저녁에는 스미냑 해변가로 이동하였다. 그랩을 타긴 했는데 도로가 너무 막혔다.
 

 
해변가에는 음악과 함께 비치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가 많았다. 특히 유독 사진의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빈백이 놓인 가게에 사람이 많았다. 라 플란차(LA PLANCHA)라는 가게인데 사실 나도 이 가게를 목적지로 했었다. 그리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고 사람도 많아서 식사는 포기했다. 대신 노을이 질 때까지 해변가를 누비다가 노을을 잠시 보고 왔다. 생각보다 엄청 예쁜 노을이 아니었다.
 
식사는 또 사테에 도전하기로 했다. 약 1.8km 정도 떨어져 있는 와룽니아(Warung Nia Balinese Food & Pork Ribs)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걸어갔는데 꽤 멀었다. 길이 좋지 않다 보니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닭고기, 돼지고기 사테와 미고렝을 주문했다. 리뷰에 사테 맛집이라고 너무 호들갑을 떨어놔서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평범했다. 근데 사테에 고기양을 보면 낮에 먹었던 사테의 2배 아니 3배에 가깝다. 낮에 먹은 사테가 정말 한입거리로 작았다.
 

 
스미냑까지 왔는데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아쉬웠다. 스미냑 스퀘어(Seminyak Square)라는 쇼핑몰이 있다고 들어서 가보았다. 근데 막상 사진을 보니 스미냑 스퀘어 근처에 있는 스미냑 빌리지(Seminyak Village)이다. 스미냑 빌리지는 엄청 깔끔하고 현대적인 쇼핑몰이었다. 그냥 너무 쇼핑몰이라 볼거리는 그다지 없었다.
 

 
다시 그랩으로 숙소로 오려다가 비치워크를 목적지로 향했다. 비치워크에 마트가 있어서 들렀다 가기 위해서다.
 

마그네틱 장식은 이제 여행 기념품 필수 코스
악기들과 손모양의 장식품

 
기념품은 거의 안 사는 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기념품으로 냉장고에 붙이는 마그네틱 장식을 사 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발리에서는 유독 많이 샀다. 마트에서도 마그네틱 장식과 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은 악기를 샀다.
 

 
숙소로 걸어오다가 주스를 파는 가게를 보고 잠시 잠깐 고민하다가 한 잔 하기로 했다. 근데 망고 주스가 정말 맛있었다. 진짜 망고를 통째로 갈아서 만든 것 같았다. 물 탄 듯 묽은 게 아니라 녹진했다. 망고 주스는 발리 여행 중에서 여기가 제일 맛있었다. 가격은 30k 루피아였던 것 같다. 다른 식당에서 더 비싼 망고 주스도 이 퀄리티를 만날 수 없었다.
 
이렇게 발리의 첫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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