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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3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환상의 섬, 발리 (2/6)

by 여행하는 집돌이 2023. 7. 2.

인도네시아 발리 (2023.06.12 ~ 2023.06.17)

 

2일 차

예약해 놓은 발리 우붓 동부투어를 하는 날이다. 우붓 동부투어의 일정은 렘푸양 사원, 띠르따 강가 수상 궁전, 뚜카드 째풍 폭포, 뜨그눙안 폭포, 뜨갈랄랑 계단식 논, 정글 스윙, 몽키 포레스트이다. 뜨그눙안 폭포는 별로 볼거리가 없어 보였고 몽키 포레스트는 원숭이는 이미 충분히 다른 나라에서도 봤고 공격성과 물건을 들고 가는 게 싫어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근데 투어 구성에서 내가 원하는 곳만 딱 고를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 투어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입장권은 미포함하고 이동만을 위한 드라이버 상품을 선택하면 자유롭게 다닐 수도 있으니 그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긴 하다.

 

클룩(https://www.klook.com/ko/activity/154-private-east-bali-lempuyang-temple-trip/)에서 예약했다. 인당 7만원이 넘는 투어다. 그런데 미리 말하자면 클룩은 결국 중개 사이트이고 현지의 투어 업체와 연결된다. 이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클룩을 이용했을 때도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투어는 가이드의 역량 문제인지 투어의 일정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사이트에 표시된 일정이 아닌 다른 일정을 보여주며 이렇게 갈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곳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까 오히려 나한테 물어서 방문할 장소를 확인했다. 사실상 가이드라기보다는 드라이버 같았다. 가이드라면 이곳저곳 장소에 대한 설명도 많이 해줄 텐데 그런 설명도 거의 없었다.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는 불만족스러운 포인트는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렘푸양 사원으로 이동했다. 새벽 6시에 출발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8시가 훌쩍 넘었다. 꾸따에서 출발하다 보니 너무 늦게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셔틀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10분 정도 올라간다. 그곳에 가야 렘푸양 사원 매표소가 있다.

 

렘푸양 사원은 천국의 문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기 번호가 있다. 8시가 넘어서 오니 대기 번호 287번이었다. 그리고 매표소 옆에서 사롱도 대여해야 한다. 사롱은 커다란 천인데 마치 치마처럼 허리에 묶어준다.

 

 

렘푸양 사원은 무조건 일찍 오길 추천 또 추천한다. 어떤 후기에 보니 새벽 4시 30분쯤 오니 대기 번호 1번이었다는 말이 있었다. 드라이버와 협의하면 6시 전에도 출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기 전에 후기에서 2시간 30분 ~ 4시간 정도 걸렸다는 글을 제일 많이 봐서 최대 4시간까지는 각오를 하고 방문했다. 하지만 287번이란 번호는 대재앙의 숫자였다.

 

어차피 한참 기다려야 하니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식당의 뷰가 예술이었다. 이렇게 아궁산이 보이는 뷰다.

 

 

망고 주스와 미고렝을 먹었다. 괜찮은 맛이었다.

 

 

렘푸양 사원에 천국의 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국의 문 앞에 있는 이곳에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도 작은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사원 내부에 다행히 대기자들이 쉴 수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정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도 장시간 있기엔 불편한 곳이다.

 

수많은 대기자

 

천국의 문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는데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차례가 될 기미가 안보였다. 대충 그 사이에 빠진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아직 멀었다. 근데 이미 이렇게 기다렸는데 포기하기도 애매했다. 이대로라면 남은 일정에 지장이 있을 거라고 계속 기다릴 거냐고 가이드도 계속 물어봤다. 여기까지 왔고 이만큼 기다렸고 사진을 찍으려고 온 곳이니까.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떠돌이 개들이 사원을 누비지만 순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서 뭘 좀 먹을까 하고 잠시 사원을 나와서 몇 개 안 되는 근처 상점을 어슬렁 거리다가 제대로 된 식당은 없어서 그냥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지루하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곧 다시 나왔다. 곧 차례가 될 정도로 대기 번호가 줄어든 상태라 빠르게 먹고 들어가야 했다. 참고로 이 주변 화장실은 유료이면서 상태는 엄청 좋지 않다. 그냥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근처 가게에서 한국 라면을 팔길래 당연히 컵라면일 줄 알고 갔는데 직접 끓여 주었다. 컵라면도 팔고 봉지라면도 팔았다. 계란도 넣을지 물어보는데 추가금 없이 무료다. 난 넣지 않았지만.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지만 그늘에 의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라면을 다 먹고도 이곳이 사원 내부 대기소보다 훨씬 편해서 들어가기가 싫었다. 마침 손님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좀 눈치가 보이니까 콜라도 하나 사서 천천히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내부에서 번호를 불러주는 안내 방송이 다 들렸기 때문에 그래도 안심하고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결국 6
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천국의 문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멋지긴 하다. 사진은 폰을 주면 종일 이 사진만 찍는 전문가가 찍어준다. 카메라 렌즈 밑에 거울을 대어 반사시켜 상하 대칭이 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물에 비친 상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개인 포즈 3~4개 정도, 단체(2인, 가족 단위) 포즈 4~5개 정도 촬영 가능하니 미리 포즈를 생각해 놓는 게 좋다. 아니 무조건 포즈를 생각해 놓고 빠르게 착착 전환해야 한다.

 

일정이 다꼬였다. 남은 일정은 절대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띠르따 강가 수상 궁전으로 이동했다.

 

 

여기도 생각보다 엄청 크진 않고 사진을 위한 스폿 정도였다. 메인 장소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배경에 사람이 없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내부를 산책 삼아 한 바퀴 돌아보니 구석진 곳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이런 동상들도 있었다.

 

가이드가 남을 일정을 다음 날 할 수도 있다고 해서 비용을 물어보았다. 추가 비용은 300k 루피아라고 했다. 그래서 내일 나머지 일정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참고로 숙소에서 멀리 있는 뜨그눙안 폭포는 제외하고 뜨갈랄랑 계단식 논(정글 스윙), 몽키 포레스트만 진행했을 때의 가격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뚜카드 째풍 폭포는 일정 전체 중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나도 일정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진짜 이 투어 어떻게 보면 너무 엉성하게 운영되고 비약해서 나쁘게 말하면 사기다. 큰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정말 잘 이용했다.체크아웃하는 숙소에서 픽업해 주고 체크인하는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숙소는 우붓에 있는 Meruhdani Boutique Hotel이었다. 이곳에서 2박을 머물렀다. 2박에 16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호텔이라고 했지만 몇 개의 건물들로 이뤄진 곳이었다. 독채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게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2개의 방이 한 건물에 있다. 예매하고 알았지만 화장실 환풍구가 내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형식의 대각선 나무판으로 되어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밖은 정원이라 그 환풍구로 벌레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다. 후기에도 바퀴벌레가 들어왔다는 글도 있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머문 곳의 환풍구는 그런 형태가 아니었다. 2박 동안 개미 5마리 정도 본 것 빼고는 벌레 이슈는 없었다.

 


숙소에 오니 해가 졌다. 나가서 저녁을 먹었다. 원래 가려던 곳은 역시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줄을 서 있었다. 그래서 대안을 급히 찾다가 그냥 가깝고 평이 나쁘지 않은 곳으로 갔다. Sami Sami Space라는 곳이었는데 가성비가 정말 좋은 곳이었다. 나는 나시고렝(30k 루피아)을 먹었다. 와이프는 나시 참푸르(25k 루피아)를 먹었다. 이후에도 다른 가게에서 나시 참푸르를 먹었지만 여기가 제일 저렴한데 제일 맛있었다고 했다.

 

 

식사 후에 숙소 근처 편의점을 들러 간식거리를 사서 복귀했다.

 

 

다른 나라의 마트, 편의점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이렇게 우붓에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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