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비치의 위엄, 보라카이
빡빡한 일정의 여행에 지쳐서 이번엔 휴양지로 떠나봤다. 일정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가서 할만한 것들을 보고 하자는 마음으로.
휴양지만을 위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케언즈에서 패들 보드를 탈 때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액티비티가 기다리는 그곳, 보라카이로 떠나보았다. 언제나처럼 와이프와 함께.
보라카이 (2019.04.26 ~ 2019.04.30)
처음엔 푸껫으로 가려다가 너무 비행시간이 길어서 이동시간 대비 머무는 시간이 적다는 생각에 보라카이로 변경했다. 그런데 보라카이도 비행시간만 적을 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푸껫과 큰 차이가 없었다.
플렉서블 근무제가 도입되어 금요일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짐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가 조금 내렸지만 기쁘게(?) 맞으면서 갔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샀을 때는 택배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면 여행을 갈 때는 공항까지 갈 때의 설렘이 있다.
5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 필리핀 칼리보 공항에 도착한다. 칼리보 공항은 정말 작은 공항이다. 어지간한 지하철역보다 볼 게 없다.
저녁 비행이라 도착했을 때 현지시간으로 23시가 넘었다. 칼리보 공항을 나오니 뜨끈한 현지의 공기가 이곳이 필리핀인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공항 바로 앞에 유심을 파는 곳이 있다. 근처엔 작은 마트들이 있고 환전소도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에서 페소로 환전하는 게 좋다. 한꺼번에 페소로 환전을 다하지 말고 모자를 때 추가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페소는 국내에서 환전 시 환율이 좋지 않다. 그리고 보라카이의 중심지인 스테이션2에도 환전소가 있기 때문에 쉽게 환전이 가능하다. 원화도 환전이 가능하나 환율이 낮다.
유심 개통은 약간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줄을 서야 했다. 5일 LTE 무제한이 단돈 300페소. 원화로 6600원 정도다.
칼리보 공항에서 보라카이 섬까지는 차로 카띠끌란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또 숙소까지는 완전 오픈된 승합차(?)를 이용했다. 이 과정이 약 3시간 걸린다.
다행히 여러 업체에서 운영하는 픽업 샌딩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로 칼리보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다. 우리도 미리 예약하고 갔다.
숙소는 헤난 크리스탈 샌즈 호텔에서 3박을 했다. 첫날 1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콜로 호텔에서 묵었다. 왜냐하면 체크인이 새벽 2시쯤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바로 씻고 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콜로 호텔은 헤난 크리스탈 샌즈 호텔과 가까웠고 조식이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최적의 조건이었다.
도착 후 일단 자고 아침을 맞이 했다. 그리고 기대하던 조식을 영접했다. 뷔페가 아니라 메뉴를 주문하는 방식의 조식이었다. 에그 베네딕트는 딱 맥모닝의 느낌이었다.
아침을 먹고 해변으로 잠시 산책을 갔다. 와우!
날씨가 너무 좋았고 덕분에 정말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바다를 본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여태껏 본 바다 중에는 가장 멋진 바다였다. 바닷물의 색과 하늘의 색이 비현실적으로 예뻤다. 그리고 보라카이하면 빠질 수 없는 화이트 비치의 고운 모래도 참 좋았다. 이래서 보라카이 보라카이 하는구나.
아침 9시 30분경인데도 더운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물에 들어갈 목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뜨거운 햇빛을 피해서 다시 숙소 쪽으로 돌아왔다. 숙소를 기준으로 해변가 반대 방향이 쇼핑가인 디몰이라 한 번 가봤다.
지나가다 보니 손님이 줄 서 있는 망고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바로 할로 망고(Halo Mango)였다. 원래 망고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대만에서 유명한 망고 빙수를 먹어본 후로 망고가 재평가되었다. 그래서 약간 기대를 했다. 망고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고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었다. 굉장히 달다. 그래서 할로 망고는 여행 동안 총 3번 방문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첫 액티비티를 예약했다. 당일 예약하고 바로 진행 가능한 상품도 여러 가지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헬멧 다이빙'이었다. Sea Walk라고도 한다. 보라카이는 아니었지만 TV에서 헬멧 다이빙을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보였는데 마침 보라카이에도 있었다.
투어 가이드와 접선하기 위해 화이트 비치로 나왔다. 다행히 화이트 비치에는 야자수가 많아서 그늘이 조금씩 있었다.
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여기서 주의사항과 몇 가지 수신호를 배운 후에 입수를 한다. 헬멧은 호스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산소가 공급되는 방식이고 앞의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한다. 산소가 들어오고 앞이 보이는 뒤집어진 양동이와 다를 바 없다.
먼저 바다에 가슴까지 입수한 후에 헬멧을 받아서 쓴다. 막상 바다에 몸을 담그니 무서웠다. 나는 안전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편(이라 쓰고 겁쟁이라 읽는다.)이다. 산소통에 산소는 충분한지 호스는 잘 연결되어 있는지, 상어는 안 나오는지 오만가지 걱정을 품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수압으로 귀가 먹먹해지기 때문에 내려가면서 조절해주어야 한다. 나는 겁쟁이라서 천천히 내려가면서 확실히 귀의 압력을 조절한 후 내려갔다. 너무 천천히 내려간 것인지 다이버의 표정이 약간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생각보다 물속은 흐리게 보였는데 다이버가 찍어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하게 나왔다.
와이프보다 먼저 입수해서 다이버가 와이프를 데리러 간 사이에 바닷속에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잠시의 시간이지만 바다 한가운데 혼자 남겨진 기분이란 묘했다. 약간 공포심도 들었다.
걷는 것도 약간 힘들었다. 몸이 자꾸 뜨려고 하는데 몸을 구부리면 헬멧으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굽혀서도 안된다. 이동 중에 다이버가 헬멧을 잡고 도와주기도 한다.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산호 사이에서 니모로 유명한 흰동가리도 보았다. 케언즈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 물안경이 잘 맞지 않아서 코로 물이 너무 들어와서 깊은 곳으로 가질 못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그 한을 풀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수영장에 들렀다. 숙소에는 인피니티 풀 형식의 스카이풀이 있었다. 그리고 몇몇 객실의 테라스와 바로 이어지는 형식으로 1층에 또 다른 수영장이 존재한다.
신나게 놀았으니 다시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했다.
검색해서 맛집이라고 나온 곳으로 가봤다. 애매한 시간인 오후 4시라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까르보나라와 아리아 피자 그리고 수박 샐러드를 주문했다. 까르보나라는 익숙한 듯하면서 조금 짭짤했다. 피자도 짜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짠 편인 것 같았다. 발사믹 소스와 수박의 조합도 그다지였다. 멜론 주스는 진짜 맛있었다. 녹색이 아니라 주황빛이 도는 것을 보니 락멜론으로 추측되는데 당도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2잔을 마셨다.
식사를 하고 노을을 보았다. 선셋 세일링 투어가 있을 정도로 보라카이의 노을은 유명하다. 낮에는 푸르름으로 청량한 자태를 뽐내더니 저녁에는 완전히 색다른 매력의 노을을 선사했다.
멋진 노을을 감상한 후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에 카페에서 주스를 한 잔 하고 첫 날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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