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once in my life, Honeymoon
연애기간이 만 10년이 되기까지 3주를 남겨놓고 결혼을 했다. 딱 만 10년이 되는 날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5월 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의 황금연휴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덕분에 약 2주간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다.
보통 신혼여행은 휴양지로 많이 간다. 하지만 우리는 휴양지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럽에 가서 배낭여행 같은 고생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휴양지와 배낭여행의 중간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여행기간이 긴 만큼 두 나라를 목표로 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의 퀸즈타운을 시작으로 호주 멜버른, 케언즈, 시드니를 다녀왔다. 대자연과 도시와 휴양지를 모두 섞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단 상당히 힘든 여행이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11박 14일간의 신혼여행 이야기! 시작합니다.
뉴질랜드(퀸즈타운), 호주(멜버른, 케언즈, 쿠란다, 시드니) (2017.04.23 ~ 2017.05.05)
1일 차 (퀸즈타운)
뉴질랜드 직항이 있긴 했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래서 캐세이퍼시픽항공을 이용해서 홍콩에서 경유했다. 신혼여행인 만큼 딱히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2배는 용납할 수 없었나 보다. 아끼지 말겠다는 게 흥청망청은 아니기도 하고.
문제는 아주 슬프게도 좌석을 배치받아야 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엉뚱한 곳에 줄을 서 있다가 늦어서 홍콩 공항까지 따로 앉아서 갔다는 점이다. 다른 여행도 떨어져 앉아서 간 적이 없는데 신혼여행을 이렇게 시작할 줄이야. 덕분에 이렇게 웃픈 에피소드가 하나 탄생했으니 뭐 어떤가.
경유한 덕분에 홍콩 공항을 잠시 구경할 수 있었다.
사실 인천 공항이 워낙 좋은 공항이기 때문에 다른 공항에 가도 큰 감흥은 없다. 하지만 홍콩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홍콩 달러가 없었기 때문에 카드 결제를 했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며 시간을 보낸 후 환승을 하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비행이었고 에어 뉴질랜드를 이용했다. 밤 9시가 돼서 기내식을 먹었다. 그렇게 기내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는 퀸즈타운이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다시 경유하여 퀸즈타운으로 향했다. 2시간도 안 되는 짧은 비행이었지만 LCC가 아니라 간식도 나왔다. 초콜릿 쿠키가 아주 맛있었다.
퀸즈타운 공항은 작은 공항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까 일단 밥을 먹자!
작은 공항이라 음식의 선택의 폭도 좁았다. 참 특색 없이 버거라니! 그렇지만 버거는 맛있는 음식이다.
그 후 숙소로 이동했다.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더블트리 바이 힐튼'에 묵었다.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주변에 편의시설은 없었지 풍경은 좋았다. 호수 바로 옆에 있어서 테라스에서 멋진 뷰를 볼 수 있다.
번화가로 나가려면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아무래도 번화가 근처에 있는 것보다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호텔 시설과 뷰가 그 불편함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계속 숙소에 있긴 아까워서 셔틀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나가보기로 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잠시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온한 느낌이 참 좋았다.
퀸즈타운의 번화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뭘 먹을지 검색해서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금방 어두워졌다. 물가는 한국보다는 약간 비쌌다. 기억에 남는 게 일본 라멘 한 그릇이 12,000원 정도였다. 한참 방황하다가 결국 정한 것이 론스타(Lone Star)라는 음식점이었다.
퀸즈타운이 작은만큼 음식점 선택의 폭도 크지 않았지만 론스타는 잘 얻어걸린 음식점이었다. 물가가 비싸니 가성비로는 약간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나름 맛있었다.
셔틀버스 시간이 남아서 좀 더 돌아다니다가 퍼그버거를 발견했다. 퀸즈타운 맛집으로 알려진 유명한 버거 가게다. 밤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에 꼭 먹어보기로 다짐하고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셔틀버스가 불편한 게 정해진 시간에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늦을까 봐 서둘러 미리 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침 셔틀버스 타는 곳 옆에 커피와 맥주를 파는 'Red Rock Bar Cafe'라는 곳이 있었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커피와 같이 맥주도 파는 곳인데 밤인지라 맥주를 마시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흥겨운 분위기 사이에서 조용히 커피만 마셨다. 취기 어린 청년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약간 걱정되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뉴질랜드에서의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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